정부, 협상 어떻게 했기에… 반환 미군기지 정화비용 3000억 넘어

입력 2011-04-04 22:24

주한미군이 반환하는 기지의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3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사업단이 4일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반환 대상 미군기지 80개소 가운데 47개소가 반환됐다. 이 중 캠프 페이지(춘천) 등 16개 반환 기지의 환경정화에 15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2007년 책정한 예산 1907억원에서 집행된 것으로, 올해 나머지 407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캠프 하얄리아(부산) 환경정화에 143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국방부는 나머지 30개 반환기지의 환경정화 비용이 약 50억원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 환경정화 비용은 총 2100억5000만원에 달한다.

국방부는 또 이미 반환받은 미군기지 중 우리 군이 사용할 지역은 50억원을 들여 직접 정화작업을 했다. 여기에 추가로 반환받을 미군기지 33개의 환경정화 비용으로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부담할 반환 미군기지의 전체 환경정화 비용은 3150억5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정부가 예상한 환경정화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정화 작업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반환기지 환경정화 작업 과정 중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50억원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군과의 반환기지 협상을 허술하게 진행해 스스로 환경정화 책임을 떠맡았다. 정부는 2005년 6월부터 9월까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미군과 이전기지의 오염정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이 우리나라 환경기준에 맞게 기지를 정화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은 2001년 1월 우리 측과 맺은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양해각서’ 조항을 내세워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Known Imminent &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만 제거한 뒤 반환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우리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고, 미군은 KISE 조항을 관철시켜 이 기준대로 기지 반환을 시작했다. 반환된 기지를 국내 환경 기준에 맞춰 정화하는 비용은 전적으로 한국 몫이 된 것이다.

미군은 KISE 조항에 맞춰 어떻게 환경을 정화했는지, 소요된 비용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