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많이 받으면 우울증 위험 커진다”… 한림대 성심병원 홍현주 교수 연구결과 발표
입력 2011-04-04 21:24
“학원을 통한 사교육은 치열하고 융통성 없는 분위기 때문에 자율적인 관계 형성이 어렵고 어른들과의 의사소통도 자유롭지 않아요. 지나친 사교육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성적지상주의가 초래한 빗나간 사교육 열기를 하루빨리 식혀야 해요.”
홍현주(42·사진)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4일 지나친 사교육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자신의 최근 연구결과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교수는 2009년부터 3년째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군포시 ‘드림 스타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군포시정신보건센터와 손잡고 5개 초등학교 저소득층 학생 111명의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과도한 사교육이 아이들의 우울증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습관련 사교육에 매달리는 시간이 늘수록 어린이들은 우울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조사에서 하루 4시간 이하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10% 정도가 우울 증상을 보였지만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약 30%가 우울감을 호소했다.
홍 교수는 “아이들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육아에 전념하던 어머니들마저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겐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린이들의 공격적 성향이 높아지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국·영·수 등 주요 과목별 과외 시간이 많은 아이의 경우 공격성이 뚜렷하게 높은 반면 태권도, 피아노 등 학습과 관련이 없는 사교육 시간과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비교적 공격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학교 성적을 올리려고 급급하기보다는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학업 증진 효과만 노린 사교육 몰입주의는 오히려 아이의 심신을 해칠 수 있습니다.”
홍 교수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4단계에 걸쳐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학부모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책 ‘스탑! 1, 2, 3, 4’의 공동 저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