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에 건보료 특혜 준 법제처의 뻔뻔함
입력 2011-04-04 18:49
정부는 걸핏하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들먹이며 건보료 인상카드를 들이밀었다. 일반 국민도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보 적자를 우려해 왔다. 그래서 건보 수입 확대 및 비효율적 지출 합리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 왔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그간 건보료를 떼먹어 온 집단이 바로 정부 부처이고, 떼먹는 게 하등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뒷받침을 최근 법제처가 했기 때문이다. 밥그릇 챙기기는 국회의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공무원들도 국회의원 뺨치는 솜씨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런 철면피도 더 이상 없겠다.
공직사회 부조리 전말은 이렇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이 공무원들의 월정직책급과 복지포인트 등을 보수에서 제외해 건보료를 덜 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태조사를 벌여 건보료를 환수해 왔다. 지난해 환수액만 75억원이었다. 논란이 일자 법제처는 지난달 10일 “공무원들의 월정직책급과 복지포인트는 급여가 아니라 복리후생에 쓰이는 경비여서 건강보험 산정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건보료를 지금보다 월 2만∼3만원 덜 내게 됐다.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한통속이 돼 사실상 건보료 특혜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직책수당 등을 보수에 합산해 건보료를 내고 있는 일반 회사원들과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에 유리한 해석을 한 법제처의 행태가 너무 황당하다. 법제처 스스로도 그간 월정직책급 등을 건보료 계산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그러니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건보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유권해석을 내린 건 후안무치의 극치다. 급여 명목보다는 실질 내용이 중요한데도 법제처는 이를 간과한 채 무책임한 해석을 내려 국민적 혼란을 초래했다.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공단이 사법부의 판단이라도 구해야 한다. 아니면 회사원들에게도 동일한 책정기준을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식이라면 현 정부가 줄기차게 부르짖는 공정사회는 구현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