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13) 송파 인재육성 장학재단

입력 2011-04-04 18:10


젊은 꿈에 날개 달아준 ‘1만원의 기적’

지난 1일 오후 3시쯤 서울 신천동 송파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올해 첫 송파구 인재육성 장학재단 이사회가 열렸다. 한 해 장학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였다. 박춘희 구청장은 회의에 앞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힘과 의지를 모아 달라”고 이사진에 부탁했다.

이사회는 5월과 10월 중·고등학생 180명을 뽑아 1억6000만원을 지원키로 결의했다. 구에서 1년 이상 거주한 학생 중 저소득층 자녀나 전교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우수자가 대상이다. 재단은 2009년과 지난해 각각 333명, 338명에게 5억8700만원을 지원했다. 구민이 1만원씩 기부한 결과였다.

◇소액 기부의 힘=재단은 1994년 9월 기본 재산 3억원으로 설립된 송파장학회가 전신이다. 2005년 9월 재산을 5억원으로 늘린 장학회는 2008년 11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조직을 확대했다. 재단이 9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한 학생은 1383명이다. 10억8892만7000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재단이 새 간판을 내건 2008년 말 이후 장학사업의 중추는 구민장학기금인 1인 1계좌 후원금이었다. 1인 1계좌 후원은 한 사람이 매달 1만원씩 후원하는 소액 기부다. 구민 10명이 학생 1명의 학업 중단을 막자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당초 목표액은 10억원이었다.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구민이 약정한 금액은 9050계좌 10억8604만4347원. 85.3%인 9억2617만4347원이 이미 모금됐다.

1인 기부는 감염 속도가 빨랐다. 지난해부터 10년간 후원키로 한 잠실본동의 한 주부는 2009년 장학생 강모(19)양의 어머니다. 김씨는 “이웃에게 사랑을 받은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학생 소모(18)양의 어머니도 “더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기금을 냈다. 거여동의 60대 남성은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받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10만원을 봉투째 익명으로 기탁하면서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길 바란다”고 했다.

관내 단체와 기관도 동참했다. 송파구 사립유치원 연합회는 2008년 12월부터 매년 말 원생과 교사가 1년간 동전을 모은 2000만원 안팎을 재단에 기부했다. 2009년에는 송파경찰서에서 1764만원, 송파구 약사회에서 1380만원, 건국유업&햄에서 1584만원 등을 후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월드가 폐휴대전화 판매 수익 전액인 1865만5500원을, 국민체육진흥공단 임직원이 1600만원을 모아 냈다.

◇기부가 꿈 살렸다=장학금의 가치는 1일 송파동 가락고에서 만난 수혜 학생 11명에게서 확인됐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겠다는 3학년 신정은(18)양은 “무엇보다 장학생이라는 호칭이 큰 힘이 됐다”며 “스스로 장학생이라는 생각에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니 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한세희(18)양은 장학금을 발명품 연구비에 보탰다. 한양은 지난해 9월 한·중 영재학생 발명품 전시회 금상 등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교외 발명대회에서 15차례 수상했다. 한양은 “발명하려면 수없이 실패하는데 그때마다 돈이 든다”며 “장학금이 부담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육군 3사관학교 편입을 앞둔 경원대 행정학과 2학년 박용한(20)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09년 받은 장학금을 잊지 못했다. 박씨는 대학에 입학한 지난해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로)로 용돈을 벌면서 1인 1계좌 후원을 시작했다. 박씨는 “많은 분이 베풂을 실천하며 산다는 걸 깨달은 계기였다”며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재단은 새롭게 기획한 1기업 1계좌 운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목표액 50억원을 달성할 때까지다. 직원 20인 이상 기업이 대상이다. 관내 기업은 일반기업 641곳, 병원 20곳, 운수업체 22곳 등 683곳이다.

기업이 후원키로 약정하면 재단은 후원금의 30%를 해당 기업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재단은 이 방식이 기업에 참여 동기를 부여해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재단은 기금이 확충되면 현재 중·고교생인 지원 범위를 초등학생과 대학생까지 넓힐 계획이다.

최일경 재단 이사장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단을 더욱 내실 있게 성장시켜 우수 인재는 물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면학에 정진하는 학생에게 ‘희망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정부경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