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 영익기념강좌… 갈등빚는 다종교 사회에서 기독교는 어떻게
입력 2011-04-04 17:42
먼저 연구소장인 박명수(서울신대 교회사) 교수가 ‘다종교사회의 형성과 복음주의 신앙’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종교 간의 평화를 위해 ‘종교 간의 대화’가 최선이라고 말해왔다”며 “이것은 상대방의 종교를 바로 이해해서 종교 간 평화를 이룩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모든 종교가 각각 자기 종교가 절대적인 진리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독교 신앙의 절대성은 복음주의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사람은 타 종교의 주장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는 개항과 함께 다종교사회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서구문명의 도입과 함께 조선 정부는 천주교와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아울러 일본의 힘으로 불교도 공인됐습니다. 천도교는 민족종교로 대우받은 반면 강력했던 유교는 한국사회의 주류 종교에서 밀려나게 됐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정교분리를 경험하게 됐고 그 결과 종교의 자유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불교와 기독교가 양대 종교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속과 이슬람이 한국의 종교지형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종교 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보다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이것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의 종교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모든 종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다종교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정교분리, 국교 불인정, 종교의 자유, 선교의 자유 등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국가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주의 선교’란 주제로 최형근(서울신대 선교학) 교수가 발표했다. 최 교수는 “현대의 다원주의적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은 기독교 신앙의 절대적 진리의 터를 흔들며 모든 것을 상대화시키는 경향을 나타낸다”며 “성경이 주장하는 거대담론은 사실과 가치의 분리를 넘어서 냉소적이고 배타적인 진리 주장으로 폄하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구 학자들이 이 세계에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는 역사적 현실에 대해 각성하게 되면서 종교다원주의가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는 또한 서구 선교사들과 선교 현지의 타 종교인들의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도 제기됐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선교정책의 일환으로 타 종교와의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타 종교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복음전도는 예수 그리스도가 구세주이시며 주님이심을 선포하는 것이지 종교 간 대화가 주된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기독교가 선포하고 주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구원의 절대성에 대한 타 종교들의 도전은 기독교 선교의 위기”라며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복음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담대한 증인으로 타 종교인 가운데 복음을 선포하고 변증하며 거룩한 삶을 살아가면 그 위기는 선교의 중대한 기회로 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