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출 14만560점… 행방조차 모르기도
입력 2011-04-04 21:30
해외 약탈 문화재의 반환사례는 많다. 호주는 과거 식민통치 시절 약탈한 파푸아뉴기니의 문화재 17점을 1977년에 반환했고, 벨기에는 식민지배 하에 있던 콩고에서 약탈한 문화재 892점을 30여년 전 인도했다. 프랑스의 경우 독일 민간재단 소유 문화재 중 나치가 약탈한 폴 세잔의 그림을 2000년 압류했으며, 1994년에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중 약탈해간 미술품 28점을 돌려받기도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고대 유물 전시장인 폴 게티 박물관은 2007년 이탈리아 당국과 수년간에 걸쳐 반환을 논의해온 소장품 가운데 40점을 반환키로 합의했고, 올해 초 마지막으로 기원전 5세기 때 제작된 아프로디테 상을 반환했다. 또 그리스 조각가 리시포가 2300여년 전 조각한 1.5m 높이의 ‘승리의 청년’ 청동상을 두고 이탈리아 측에서 약탈 문화재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14만560점. 국가별로는 일본이 6만5331점으로 가장 많고 미국(3만87972점) 독일(1만770점) 중국(7930점) 러시아(4008점) 등 순이었다. 이 가운데 약탈 당한 문화재 규모는 이에 대한 자료가 없어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3분의 1 정도가 공개구입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360여점 가운데 의궤를 제외한 나머지 책 40권, ‘천하여지도’라는 제목의 중국 지도로 둔갑한 17세기 초반의 한·중·일 지도, 당시 값어치가 19만여 프랑으로 평가된 은괴, 옥책, 갑옷, 가면 등 일부는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에 불법유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서책 1205권도 일본과 반환 협정까지 맺었지만 귀환 일정이 불투명하다.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외규장각 반환 소송을 벌인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프랑스는 나폴레옹 때 유럽에서 빼앗은 미술품들을 공화정이 되면서 다 돌려줬다. 그러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빈 자리를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에서 뺏어간 문화재로 채웠다”며 “약탈 문화재를 선뜻 돌려주지 않는 것은 자칭 ‘문화대국’의 윤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