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 절반 ‘교양합창’, 교회음악 접하며 신앙 눈떠
입력 2011-04-03 19:01
전교생의 절반이 기독교 성가곡을 부르는 대학 강의가 화제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선욱) ‘교양합창’ 수업이 그것. 수강생들은 매주 두 차례 75분간 다양한 기독교 성가곡들을 배우고 연습한 뒤, 채플 시간에 공연을 하고 학교행사에도 특별출연하는 등 나름 실력을 뽑낸다.
‘교양합창’ 강의는 이대 음대 교수들이 교목실의 협조를 얻어 1998년 개설했다. 음대 전공과목인 ‘합창’ 과목을 합창의 저변 확대와 복음 전파를 위해 전교생에게 3학점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것이다.
그동안 이 강의를 들은 학생 수는 무려 2만 5000여명이다. 매년 1500∼2000명씩 이대 학부 졸업생의 절반 정도가 이 강의를 들은 셈이다. 이번 학기에도 4개 반에 모두 881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이 강의가 이처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전공과목에 비해 비교적 학점 따기가 쉽고 수업부담이 적어, 학생들이 일종의 ‘쉬어가는 수업’(?)으로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수강생들은 이 강의 시간에 감미로운 성가곡들을 부르면서 신앙에 눈을 뜨고 교회음악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
학과 성적은 통과(Pass) 또는 비통과(Fail)다. 음악회 감상 레포트 제출과 노래가사 외워 부르기 등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아예 시험을 안 보거나 출석을 하지 않는 경우만 아니면 대부분 통과 점수를 받는다.
같은 과 친구 권유로 이 강의를 듣는다는 강혜민(21·간호학과 3년)씨는 “막상 동료들과 함께 부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채플 시간에 그동안 배운 성가곡으로 난생처음 공연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인다”고 말했다. 권선우(20·경영학과 3년)씨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교수님이 듣고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성가곡들을 선정, 교회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이대생들은 졸업 후에도 이 강의를 추억거리로 이야기하곤 한다. 이 학교 졸업생 이선용(언론홍보영상학부 2003년 졸)씨는 “친구들과 성가를 부르며 기독교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우정이 돈독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담당 교수들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등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노래 연습을 독려하고 있다. 13년째 교양합창 과목을 맡고 있는 김동근 교수는 “여성합창 강의를 하다보면 많은 편곡 작업이 수반되는 등 교과 진행이 쉽지만은 않지만, 성가곡을 가르치면서 교인들에겐 더 강한 믿음을 주고, 비신자들에겐 창학 정신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