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코란 소각’ 반발 사흘째 폭동

입력 2011-04-03 22:01

미국 목사가 코란(이슬람교 경전)을 불태운 일에 대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항의 시위가 사흘째 계속됐다. 지금까지 20명 이상 숨지고 약 100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3일(현지시간)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최소 1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칸다하르 이슬람교인들은 전날에 이어 코란을 손에 쥐고 거리로 나와 현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수도 카불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잘랄라바드, 카불에서 북쪽으로 50㎞에 있는 파르완에서도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미국에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2일 칸다하르 시위에선 9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고 칸다하르 주정부가 밝혔다. 카불 외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 기지에서도 이날 자살폭탄 테러 등으로 3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반이슬람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반미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

유엔은 지난 1일 시위대 공격으로 숨진 북부 마자리샤리프 유엔사무소의 직원 숫자를 8명에서 7명으로 정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엔 아프간 대표부는 10여명의 무장반군이 사태에 개입해 유혈사태를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아프간 내무부는 “사건 용의자 30명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 및 유엔이 코란을 불태운 미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테리 존스 목사를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스 목사는 그러나 “앞으로도 반(反)이슬람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유혈사태는) 이슬람의 급진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신에겐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망자를 추모하는 성명을 내고 “코란을 불태운 건 극히 옹졸하고 편협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동시에 “그렇지만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것도 부당하다”며 양비론적 입장을 취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