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한상률 직권남용 혐의 밝혀라”

입력 2011-04-04 00:38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청장 연임로비 의혹 등을 폭로한 안원구(수감 중) 전 국세청 국장이 최근 검찰에 한 전 청장의 직권남용 의혹을 담은 장문의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안 전 국장이 지난달 31일 서울구치소에서 작성한 A4용지 16쪽 분량의 이 진술서에는 한 전 청장이 국세청 특별감찰팀을 통해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고, 그 과정에 이현동 국세청장 역시 연루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안 전 국장이 별도로 진술서를 제출한 것은 검찰이 한 전 청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장 연임로비, 직권남용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 전 국장은 진술서를 통해 2009년 한 전 청장 및 당시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자신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청장의 퇴임식이 열린 그해 1월 19일에는 국세청 특별감찰팀 직원들이 자신을 연행해 11시간 넘게 불법 감금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 전 청장은 2009년 초 ‘학동마을’ 그림로비 및 청장 연임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자 국세청장에서 물러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안 전 국장은 진술서에서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2008년 초 국세청에 직속 특별감찰팀을 만들어 심부름센터처럼 악용했다”며 “특별감찰팀은 특히 한 전 청장 퇴임 직후부터 내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거래하는 업체를 찾아가 그림 강매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쓰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 6월에도 감찰팀 직원이 나에게 ‘안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분류돼 있으니 명예퇴직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국세청 특별감찰팀장인 전모씨를 최근 소환, 안 전 국장 감금 경위 등을 조사했다.

안 전 국장 측은 진술서를 보낸 배경에 대해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의 불법 감찰·감금 행위를 자세히 진술했지만 검찰이 이 사건을 개인 비리로 적당히 처리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 수사가 미진할 경우 고소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이 제출한 진술서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