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시작도 않은 오너 일가 골프장 건설에 수백억 지원… 태광그룹 9개 계열사 과징금 46억·시정명령
입력 2011-04-03 18:41
태광그룹 계열사 9곳이 무더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9개 회사는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자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792억원을 지원했다. 투자를 가장했지만 수익금 받는 것을 포기하는 등 사실상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다.
공정위는 태광산업 등 9개 회사에 과징금 46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원 규모가 큰 태광산업(264억원), 흥국생명(220억원)과 같은 유형의 법 위반행위를 반복한 대한화섬은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9개 회사는 2008년 동림관광개발이 강원도 춘천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자 회원권 취득을 가장해 무이자로 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05년 설립된 동림관광개발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분 51.0%, 이 회장의 친족이 지분 49.0%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이들은 사전투자자 모집기간에 ‘회원금예치금’ 명목으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회원권 72구좌(총 792억원)를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회원권 1차 공개모집 기간 이후에 투자수익금(투자금액의 연 5.22%) 받기를 포기했다. 이어 투자원금과 같은 가격에 회원권을 취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원권 취득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골프장 건설자금을 선납예치하면서 무이자로 빌려준 셈”이라며 “이와 유사한 재벌그룹의 부당지원 행위를 앞으로도 엄격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광그룹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 촉진과 기업 이미지 상승 등 직접적 이익을 보기 위해 계열사들이 회원권을 산 것이지 자금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