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고비… 식량지원 없으면 주민들 아사” 北, 국제사회 호소에 압박받는 한국정부

입력 2011-04-03 18:33

북한이 식량지원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 격)이 최근 영국을 방문해 “60년 만에 북한을 강타한 최악의 한파와 지난해 수확량 부족으로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고 말했다고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이 2일 전했다. 최 의장을 영국으로 초청한 앨튼 의원은 “식량(지원)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주민 600만명이 당장 위기에 처해 있다고 유엔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만큼 식량이 무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북한은 국내 대북지원단체에도 주민들이 아사(餓死) 위기에 있다며 손을 벌리고 있다.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북측 관계자가 식량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많은 주민이 아사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재외공관에 할당량을 부과해 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유엔 조사단에 그동안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으며, 분배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식량지원 재개에 미온적이다. 북한이 식량상황을 부풀리며 엄살을 부리고 있으며, 구호식량은 김정은 후계 세습용으로 전용된다고 본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태는 ‘특대형 모략극’, 연평도 포격도발은 ‘자위적 조치’라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는 점이 식량지원 불가 방침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WFP 등 국제기구들의 움직임에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국제기구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설 경우 입장이 곤혹스러워진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적인 식량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북한 취약계층 식량지원을 위해 미화 21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구호단체 프리미어 위장스는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예년보다 심각하다”면서 “WFP의 북한 식량실태 조사는 신뢰할 만한 것으로 대북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