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해을 단일화 물 건너갈 위기
입력 2011-04-03 21:35
4·27 재·보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구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자칫 물 건너갈 위기에 놓였다. 재·보선 후보등록일(12∼13일)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3일에도 민주당 협상대표인 이인영 최고위원과 국민참여당 협상대표인 천호선 전 최고위원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의견 접근을 이루기는커녕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아예 손을 놓은 형국이다.
양측은 당초 ‘유권자 전화 여론조사 50%+국민참여경선식 현장투표 50%’에 어렵게 합의했으나 현장투표 방식을 놓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현장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무작위 추출’로 뽑자고 하는 반면, 참여당은 ‘읍면동별 인구 비례를 감안한 선출’로 하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안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여러 가지 표면적인 명분을 벗기고 나면 결국 어느 방식이 자당 후보에게 유리하냐에 관한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귀결된다.
예컨대 인구 29만여명인 김해시에서 가장 큰 읍면동 단위 선거구는 장유면이다. 장유면은 인구 12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면이며, 30∼40대 연령층이 많다. 아울러 창원시 등 김해 바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가 많고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두텁다. 따라서 전체 김해을 유권자에 대한 무작위 추출이 아닌 인구 비례에 따라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되면 민주당에 불리하고 참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밖에도 단일화 현장투표일은 휴일인 반면, 실제 본선투표일은 평일이라는 점 등 여러 변수에 따른 다소 복잡한 셈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양측의 종전 계산법이 뭐였든지 간에 이제 현장투표 방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선거인단 모집 공고를 내고 콜센터를 설치해 일정 기간 접수 받은 뒤 추출된 선거인들에게 개별 통보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 열흘에서 2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막판에 100% 전화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극적 타결을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협상을 지연시킬수록 단일화 효과는 반감된다는 점이다. 양당은 이미 지난해 7·28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보선 때 민주당 장상, 참여당 천호선 후보 간 단일화 방식을 놓고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이다 투표일 불과 이틀 전에야 단일화를 해 바람몰이에 실패한 적이 있다. 같은 해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때 역시 민주당 김진표, 참여당 유시민 후보 측이 서로 “본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제 살 깎아먹기식 비방전을 벌여 지지층을 분열시켰다.
야권이 ‘단일화 실패=필패’라는 위기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끝내 타협점을 못 찾을 경우 정치공학에 함몰된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양당 경남도당은 지역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4일 오후 단일화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금까지의 중앙당 논의 양상으로 봤을 때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