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업들 ‘후원’ 준조세] 기업들, 지자체 협찬 강요에 ‘몸살’
입력 2011-04-04 11:39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준조세’ 성격의 행사협찬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자체들은 각종 행사와 사업 추진 때 입장권 구입 및 후원금 등을 지역 기업들에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 요구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울산시는 지난달 2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을 추진하면서 산하 5개 구·군과 울산축구협회에 600∼3300장을 할당해 모두 8147장을 팔았다. 이 가운데 2200장, 4250만원어치가 울산 지역 기업들에 떠넘겨졌으며 대기업 등 17개 업체가 100∼600장을 구입했다.
한 기업 임원은 “시청뿐 아니라 구청, 협회 등이 모두 입장권을 구입해 달라고 요구해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기업들과 공무원들은 1995년부터 격년제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금융기관과 지역 기업들은 후원금을 기부해야 하고 산하 공무원들은 입장권을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만인보’를 주제로 열린 제8회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할 당시 ‘단골손님’인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후원금 1억원을 받았다. 이 백화점은 95년부터 8차례 모두 12억5000만원을 냈다.
공식 후원 은행으로 지정돼 온 광주은행 역시 2004년 8억7000만원, 2006년 7억원을 내는 등 60억원 이상을 비엔날레재단에 기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적게는 수천만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떠맡고 있어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기업이 발전하면 지방세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자체에 도움이 되는 만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자체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를 치른 전남도는 입장권을 강매하는 바람에 일선 시·구 공무원은 물로 기업들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을 샀다.
전남도는 대회기간 중 16만명 이상의 ‘구름관중’이 몰렸다고 밝혔지만 마지못해 입장권을 구입한 광주·전남 지역 업체들은 “입장권을 강매하면서 대회를 또 개최한다면 F1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도 금고은행인 농협 일부 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F1 입장권을 강요했다가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남의 제조업체 대표 이모(54)씨는 “전남도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아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F1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고 하는데 입장권을 자발적으로 산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전국종합=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