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후쿠시마 원전사고 체르노빌보다 심각”
입력 2011-04-04 09:32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심각하다는 주장이 러시아 반핵운동가에 의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수개월 안에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겠다고 밝혔다.
◇“체르노빌보다 심각”=열역학자 출신인 나탈리아 미노로바는 1일(현지시간) 체르노빌 사태 25주년 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후쿠시마 원전의 인적·경제적 피해가 체르노빌 사고에 비해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그 근거로 “체르노빌에선 원자로 1곳에서 문제가 일어나 사태가 2주 만에 마무리된 반면 후쿠시마는 원자로 4곳이 문제이며 만 3주가 지나도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노로바는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도 후쿠시마 사태가 7등급인 체르노빌 사고를 뛰어넘을 것으로 봤다. 현 상황을 프랑스는 6등급으로, 일본은 4등급으로 보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케냐 나이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노심 부분이 70% 정도 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에너지부는 2호기의 경우 노심용해가 33% 정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수개월 내 진정”=사태가 만 3주를 넘기면서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관심이다. 일본 총리 보좌관인 호소노 고시(細野豪志)는 3일 기자회견에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약간 진정되고 있다. 적어도 수개월 내에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노 IAEA 사무총장은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IAEA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이와테 마을의 방사선 수치가 위험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미국 추 장관도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했다.
각국 지원도 늘고 있다. 미국은 방사성 물질 전문 해병대원과 원격조종 로봇을 보냈고, 프랑스·독일도 원자력 전문가를 파견했다.
한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기와 토양의 방사선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밀한 대응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원전 반경 30㎞ 이내인 피난구역 설정을 재검토할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