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北 ‘자원 세일’… 중국이 2010년 9400억어치 싹쓸이
입력 2011-04-03 18:23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한 함경북도 무산은 철광산지다. 매장량 20억6000만t에 이르는 무산에서는 연간 철광석 350만t을 캔다. 그중 120만t가량은 중국으로 나간다.
무산 맞은편에 있는 중국 지린성 난핑(南坪)에는 요즘 철도 건설이 한창이다. 총 길이 41.68㎞에 이르는 이 철도는 지린성 허룽(和龍)에서 난핑을 거쳐 무산에 닿는다. 중국 철도부와 지린성이 11억9000만 위안을 들였다. 이르면 올해 말 개통된다. 최근 북한과 중국 정부는 무산광산 추가 개발은 물론 이 철도를 청진까지 연장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무산에서 캔 철광석이 중국에 나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는 셈이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자원 세일’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식량, 경공업 원자재, 공산품 등을 얻기 위해 막대한 잠재가치를 지닌 광물자원을 중국에 넘기고 있다. 각국이 치열한 ‘자원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광물자원을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북한의 매장 광물자원 가치는 7000조원(2008년 기준)에 육박한다.
◇‘블랙홀’ 중국=3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8년 4억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4억657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 품목에서는 석탄, 철광석 등 광물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품목 가운데 광물성 연료(대부분 석탄)는 6억7883만 달러로 비중이 57.1%에 이르렀다. 철광석, 아연 등 비금속류(1억8356만 달러, 15.5%)까지 합치면 무려 72%를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자본재, 식량 등을 수입하고 대금의 80%는 외화로 지불하고 나머지 20%는 석탄이나 철광석 등 현물로 변제하는 무역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투자도 지하자원에 쏠리고 있다. 중국의 연간 대북투자 실행액은 2003년 110만 달러에서 2008년 4100만 달러로 40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투자액은 1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 가운데 70%를 자원개발 부문에 집중했다.
KIEP 조명철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동북 3성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자원수요 확대로 중국의 대북 자원개발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접경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도로·항만·항공 등 인프라가 구축되면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북한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남북 자원협력 ‘제자리걸음’=중국은 이미 북한에서 상당한 규모의 광산 개발·채굴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4∼2008년 중국 기업이 투자한 북한 광산은 20곳, 확인된 투자 금액만 5390억원이다.
반면 남북 자원협력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부터 10개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생산을 하고 있는 곳은 정촌(흑연)과 용강(화강석)뿐이다. 흑연 625만t이 매장된 정촌 광산은 남북 경협으로 개발한 첫 광산이지만 지난해 1월 300t을 반입한 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없다.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산을 개발해 광물을 받는 식으로 추진했던 남북경협 사업 3건은 타당성 조사를 마쳤지만 모두 중단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북한 자원 독식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남북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3국 경협 모델 개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