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업들 ‘후원’ 준조세] 전남 강진군 200억 장학금 어떻게 마련… 5급이상 직급별 “1억씩 모아라”

입력 2011-04-03 18:07

인구 4만명에 불과한 전남 강진군은 6년 만에 농촌지역 군 단위 지자체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200억여원 규모의 장학금을 모았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 세 차례 감사원 감사에 이어 두 차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첫 해 23억4000만원을 시작으로 2006년 53억7000만원, 2007년 31억2300만원, 2008년 34억8100만원, 2009년 31억1700만원, 지난해 24억6700만원, 올 1월 현재 1억1100만원 등 모두 200억1800만원을 모았다. 군 출연금 75억원과 지역주민·출향인사·기업체 등의 기탁금(1만5400여명) 109억여원 및 이자 수입 14억8000여만원 등이 합쳐진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진군은 5급 이상 공무원별로 1억원의 장학기금 모집 목표액을 설정해 실적을 보고토록 하는 등 기금 모금을 강요했다. 그 결과 2006∼2009년 6급 이상 승진자 61명 가운데 52명이 총 1억1288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이 가운데 5급 이상 승진자 17명 전원은 평균 495만원씩 기부했다. 경찰은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 기부금 강제 할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군이 각종 공사·용역·물품 계약을 맺은 업체 324곳에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지난 5년간 645차례 14억원의 기부금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관급 공사 수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부금을 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군은 기업들의 자발적 기탁이라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군의 관급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모두 3969곳으로 그 가운데 18.7%인 742곳만 장학금을 냈다”면서 “공무원들이 기부를 독려했을 경우 기탁 비율이 80∼90%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