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식량지원 압박, 自救 노력이 먼저다

입력 2011-04-03 17:56

북한이 이례적으로 주민들의 ‘아사(餓死)’ 위험까지 들먹이며 남측 민간단체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역시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 식량난의 실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정부가 식량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자 안팎으로 우회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 같은 북한의 ‘우는 소리’에 남측 민간단체들은 대북 식량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최태복을 초청한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은 2일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식량이 무기로 사용돼서는 안 되고, 시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자칫하면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압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내 민간단체들이나 제3국 당국과 구호단체들에 왜 대북 식량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왜 소극적인가? 그것은 비인도적이어서도 아니고,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다. 우선 북한의 식량난이 과연 북한 측 주장대로 절실한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현지 확인이 안 되는 상태에서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조사해 내놓은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는 신뢰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특유의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전방위 식량 구걸에 나선 것을 보면 식량난이 심각한 게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수백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때는 왜 손을 벌리지 않았는가? ‘강성대국 행사용’ 등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설령 식량난이 심각하다 해도 그 해결은 남한과 외국에 떠넘기고, 국부(國富)는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지도층의 사치행각에 쓸어넣는 것을 방조할 수는 없다.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이 자구책부터 먼저 보여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