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판타지아’ 콘서트 여는 인순이… “댄스곡부터 전통가요까지, 쏟아부을 것”
입력 2011-04-03 22:22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가수 인순이(54)의 궤적을 정리한 글을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을 만나게 된다.
“1978년, 걸그룹 희자매로 데뷔하였는데 이때 (인순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가수로 성공할 거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순이의 인생에 그만큼 극적인 부분이 많았다는 뜻이 함축된 문장이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혼혈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은 인순이. 그는 독보적인 가창력과 무대매너로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왔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인순이는 다음달 7∼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더 판타지아(The Fantasia)’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이번 공연에서 그는 콘서트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인순이는 “최고의 공연장인 만큼 무대 시설을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10대도 즐길 수 있는 최신 댄스곡부터 추억의 전통가요 메들리까지, 자신의 전부를 쏟아 붓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웬만해선 동료 가수나 후배를 게스트로 공연장에 초대하지 않는다. 이번 공연 역시 출연이 예정된 게스트는 없다. “함께 공연하고 싶은 후배는 너무 많아요. 하지만 공연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거든요. 중간에 누가 끼어들면 흐름이 깨져요. 물론 초대할 가수에게 ‘저의 흐름’에 맞춰달라고 부탁하고, 연습하면 가능하죠. 하지만 미안해서 그런 부탁을 못하겠어요.”
‘함께 공연하고 싶은 후배가 많다’는 말이 나온 만큼 그가 인정하는 후배는 누구인지를 물었다. 망설임 없이 돌아온 답변은 김범수와 박정현. 과거 이들과 노래했을 때 느낀 감동이 각별했다고 했다. 격찬이 이어졌다. “듀엣을 하면 내가 (상대방을) 끌고 가거나 양보하는 식으로 부르는데 김범수와 박정현은 달랐다” “이 둘과 노래했을 때는 ‘팽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름이 돋았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니 가슴이 벅찼다”….
김범수와 박정현은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재조명 받고 있는 가수들이다. 인순이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이 있을까. 그는 “후배들이 ‘SOS’를 보내면 출연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형태라면 곤란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가수를 검투사로 만들어요. 서로 싸워보라고 하는 거죠. 사생결단을 하고 부르는데, 이렇게 되면 가슴에서 우러나는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요. 제가 출연해 후배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면 나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뭔가의 ‘의미’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인순이는 드레스에서 핫팬츠까지, 트로트에서 힙합까지 소화하는 보기 드문 가수다. 최근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을 열창해 화제가 됐다. 쉰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몸매 관리를 위해 침실 벽에 작은 사이즈의 드레스를 걸어놓고 매일 ‘저 옷에 내 몸이 들어가야 한다’고 다짐한다는 인순이. 이런 무대 욕심 외에 그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있다면 그의 딸(17)이다.
“제가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노래하는 걸 딸이 자랑스러워해요. ‘엄마, 오늘 등 파진 옷 섹시하더라’라고 말하며 응원해줄 때가 많아요. 언젠가 우리 딸이 시집가면 사위랑 셋이서 클럽에 놀러 다닐 거예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