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혈성 뼈괴사증이 고관절 질환 부른다

입력 2011-04-03 17:21


퇴행성 관절염이나 외상 등으로 인한 고관절(엉덩이 관절) 질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05∼2009년) 고관절 수술이 연평균 12% 증가했다는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노인성 골절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60대 이후 골다공증으로 골조직이 급격히 약화되고 이 때문에 집안에서 넘어지는 등 가벼운 외상에도 뼈가 부러지게 된다. 노인성 골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3배 정도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잘 생기고 골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인성 골절, 대퇴골 무혈성 괴사증이 주 원인=고관절은 엉덩이와 대퇴골(넓적다리뼈)을 이어주는 관절인데 주로 대퇴골의 머리(골두)나 목(경부) 등 윗부분이 부러진다. 젊은 연령에서는 교통사고나 추락 같은 큰 충격에 의해 이 부위 골절이 발생하는 데 반해, 노인층에선 일상에서 넘어지는 정도 충격이나 빙판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을 경우에도 쉽게 부러진다. 65세 이전일 경우 부러진 뼈를 금속핀으로 고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손상된 고관절 자체를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노인성 골절을 제외하면 국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의 60%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 원인이다. 이 질병은 대퇴골의 머리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 조직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40∼50대 중·장년층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잦은 음주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로 인해 생겨난 지방이 고관절의 모세혈관을 막아 피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의 남용이나 사고로 인한 고관절 골절 및 탈구의 후유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웰튼병원 송상호 대표원장은 “뼈 괴사증을 방치하면 다리를 벌리거나 양반 다리를 할 때 사타구니에 심한 통증이 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며 말기엔 보행은 물론 앉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관절이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기도 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증상은 허리 디스크와 상당히 비슷해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허리 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썩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돼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는 게 송 원장의 설명이다. 무혈성 괴사증은 초기 단계엔 약물 치료나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혈액순환을 돕는 시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썩은 부위가 넓고 이미 뼈가 주저앉았다면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머티스센터 김강일 교수는 “이밖에 퇴행성 관절염이나 고관절 이형성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엉덩이 인공관절 수술이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합병증이 생겼거나 한번 시술한 인공관절의 수명이 다 돼 재수술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난이도 수술…대학병원 강세 속 전문병원 눈길=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홈페이지에 9개 고위험 수술의 의료기관별 진료량 평가지표(좋은 진료 결과를 보이는 기준 수술 건수)를 발표하고 있다. 위암과 간암, 췌장암 등 주요 암 수술과 함께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도 포함돼 있다. 고관절 수술의 경우 환자가 주로 고령이어서 수술이나 마취에 어려움이 있고 수술 후 각종 합병증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병원 수술 시스템이나 전문의의 풍부한 수술 경험 등을 꼼꼼히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대학병원들이 강세지만 요즘엔 관절 전문병원들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심평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09년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 수술 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20개 의료기관에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외에 6개 전문병원이 포함됐다(표 참조). 지방에선 여수애양병원, 서울에선 웰튼병원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전문병원은 대학병원에 비해 수술비가 저렴하고 환자 예약 및 재활 치료 등의 편의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9년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의 요양기관별 건당 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 762만6000원, 종합병원 716만6000원, 병원 620만2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병원의 경우 대학병원 보다 신기술과 최신 장비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