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환자 10명중 7명 “본인 병 제대로 모른다”
입력 2011-04-03 17:19
질병의 치료 효과는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배가되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소통이 잘 이뤄질수록 높아지게 마련이다. 특히 암과 같이 치명적인 질환의 경우 병기(病期·병의 진행단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치료방법 선택과 치료 후 생존율 예측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 암 환자들은 불과 35%만이 자신의 병기를 제대로 알고 있을 뿐, 상당수가 부정확하게 알고 있어 암 극복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 암정책지원과 박종혁·김소영 박사팀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과 공동으로 의사가 알고 있는 병기(의무기록)와 암 환자가 알고 있는 병기가 같은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치도가 남성 환자는 33%, 여성 환자는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 조사는 2008년 7∼8월 두 달간 국립암센터와 전국 지역 암센터를 방문한 18세 이상 성인 암 환자 2661명 중 자신의 병기를 모르거나 의무기록이 없는 807명을 제외한 186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2010년도 대한예방의학회 제62차 추계 학술대회 연제집에 게재됐다.
암 병기는 암 환자의 생존 예측, 치료방법 선택, 치료결과 전달에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 정보이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 암 환자들이 알고 있는 병기와 의무기록상의 병기가 일치하는 경우 치료 결과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의사와 환자의 병기 일치도는 연령과 거주지, 암 종류, 재발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 여성일수록, 재발이 없을수록 일치도가 높았다. 반면 연령이 70세 이상이고 농촌에 거주하며, 자궁경부암 환자와 지역 암센터 이용자들은 자신의 병기를 부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신 교수는 “암 치료는 의사와 환자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암 환자가 자신의 진단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경우 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줄여주고 의사의 지시에도 잘 따라 치료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