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 개관 5년 기념전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
입력 2011-04-03 17:20
경남 김해는 흙과 물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분청사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도예 공방이 150개가 넘을 정도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2006년 3월 김해 송정리에 개관한 클레이아크는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후 다양한 국제 기획전으로 해마다 평균 1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김해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클레이아크가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라는 타이틀로 8월 28일까지 개관 5주년 기념전을 연다. 점토를 구운 테라코타는 기원전 5000년,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체르나보더에서 발견된 풍요의 여신상 재료로 쓰일 만큼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 이번 전시는 테라코타의 원시성이 담긴 작품을 통해 건축도자의 미래를 조망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내외 현대 도예가 15명의 1500여점이 4개의 공간에 들어섰다. 첫 번째 공간에는 환경조경 디자이너인 전은정이 ‘시적인 정원’을 설치했다. 전시관 원형 홀 둘레에 대나무를 병풍처럼 두르고 배병우의 소나무 등 사진을 배경으로 두었다. 건축도자 전시장에 웬 정원? 작가는 “테라코타가 친환경적인 매체라는 것과 자연을 생활공간으로 끌어들인 한국식 정원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시장에는 흙의 물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테라코타가 어떻게 변용되고 발전했는지 살펴보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일본 작가 사토루 호시노의 흙덩이 작품은 직접 손으로 누르면서 제작한 것으로 흙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힘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검은 도자로 잘 알려진 원경환은 몽돌 같은 작품들을 바닥에 깔아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을 연출한다.
세 번째 방에서는 다양한 이미지가 담긴 인물상이 소개된다. 일본 작가 아키오 다카모리는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헐벗은 몸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인물을 출품했고, 노르웨이 작가 마리안 헤이어달은 중국 진시황 병마용을 차용한 작품을 내놓았다. 테라코타 여성작가인 한애규는 몇 년 전 여행에서 마주친 고대 신전과 중세 교회 건축의 장식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작을 선보인다.
네 번째 전시장은 3부로 구성됐다. 1부 출품작 가운데 네덜란드 작가 야세르 발르만의 작품은 마치 종이를 오려서 끼워 맞춘 것 같은 조립식 방법으로 도자 조형의 틀을 깬다. 미국 작가 제프 슈무키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생태계를 목격한 후 무기질의 테라코타에 식물을 이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자연과 예술, 사회가 공생하는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바빌로니아 제국의 성문’ ‘만리장성’ ‘터키 블루모스크’ ‘경복궁 자경전 꽃담’ ‘교보타워’ 등 테라코타로 축조되거나 시공된 세계 각국의 건축사진을 전시한다. 3부에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도시 만들기-1㎏ 건축’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여준다. 흙이라는 원초적인 재료를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키우고 도시환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전시다(055-340-7000).
김해=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