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코리아’ 13일간 3조… 외국인의 힘
입력 2011-04-01 21:27
코스피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린 것은 ‘외국인의 힘’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시장에서 7300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지난 16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한국 증시를 사고 있다. 13일간 순매수액만 3조6613억원에 달한다. 2월부터 3월 초까지 이탈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턴’하고 있는 것.
그 배경에는 일본 대지진과 중동 정정 불안 등이 기업실적 개선 등 ‘큰 그림’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기대 등도 호재다. 증시에서는 ‘4월 강세장’을 예상하며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왜 한국을 살까=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를 보는 시선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가 불안 악재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지난달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지만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신흥국 증시는 연초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보다 약세를 보이다가 2월 말 이후 반등하더니 지난달에는 선진국 증시를 앞서고 있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 증시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태국 다음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 증시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돼 외국인이 더 좋게 보는 것 같다. 또 국내 증시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9.76배로 낮아 신흥국 중에서 저평가돼 있는 만큼 사자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대지진 후 외국인의 ‘복귀’로 코스피는 1920선대까지 추락했다가 열흘 남짓 동안 무려 100포인트 이상 올랐다. 2월 한 달간 3조원 넘게 빠졌던 외국인 투자자금도 대부분 다시 유입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외국인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원화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으로서는 환차익까지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강세장 속 속도조절”=기업실적 호전과 외국인 매수세 지속 등에 힘입어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지난 12년 동안 4월의 코스피 수익률이 평균 4.1%로 11월(5.1%)에 이어 연중 두 번째로 높았던 점도 지적된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국내 경기는 보통 1분기 저점을 기록한 뒤 2분기에 확장 사이클로 진입하는 경기 패턴을 보인다. 비록 2월까지 경기지표가 좋지 않더라도 앞으로 2분기 기업실적 전망치가 좋기 때문에 증시는 이를 선반영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등 유로존 위기와 유가 변수가 남아 있어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윤석 리서치헤드는 “최근 증시에서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쏠림현상이 심각해 자금이 장기투자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2분기 세계경제 성장률도 일시적이나마 둔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지수가 탄력적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