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도발’ 되레 강경해진 日정부

입력 2011-04-01 18:29


외교청서 발표 앞당기고 내용도 그대로… 우리정부 입장 전혀 고려안해

일본 정부의 1일 외교청서 확정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우리 정부 입장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일본 특유의 ‘매뉴얼’식 대응으로 보인다. 정부는 말보다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차단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강경한 일본=2000년 이후 외교청서 가운데 2002년과 2007년도 분은 독도 영유권 관련 기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당시 일본이 착오로 빠뜨린 것인지, 우리를 배려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교과서 검정이야 문부과학성이 주관하지만 외교청서는 외무성에서 만드는 것으로 일본 정부의 의지의 문제로 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올해에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동일본 대지진 구호활동 등을 감안, 표현을 보다 완화시킬 수 있었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 기술이 그대로 들어간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특별히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외교청서 발표를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발표 이틀 만에, 지난해보다는 5일 앞당겨 했다. 이 때문에 현 민주당 정권이 친(親) 아시아적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 예외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묘수 없는 한국=우리 정부는 내심 일본 정부에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개선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독도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영토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교청서에서 독도 내용이 빠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의례적인 대응 조치로 주한 일본 공사를 불러 항의했지만, 이를 끝으로 외교청서에 대한 외교적 조치는 더 이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별 효과가 없었던 외교적 조치를 떠나 독도 영유권 공고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지개벽을 두 번 해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특별 기자회견 발언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독도 방문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독도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굴욕외교’에서 벗어나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권철현 주일 대사를 면담한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상이 독도 헬리포트(헬기 이착륙장) 보수 공사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서 보듯 ‘말’보다는 ‘행동’에 일본 정부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도에 시설물을 짓는 등의 실질적 조치는 당장은 먹히는 카드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독도를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작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정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