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전쟁’ 역부족… 3월달 4.7% 상승, 29개월래 최고치
입력 2011-04-01 21:11
‘물가와의 전쟁’이 무색하다.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0월(4.8%)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1월 4.1%, 2월 4.5%에 이어 석 달 연속 4%대다.
정부는 4월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고 그동안 억눌렀던 가공식품·개인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7%, 전월 대비 0.5% 올랐다고 1일 밝혔다. 3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석유제품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5.3%나 올랐다. 지난달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39.03원으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축수산물도 전년 동월 대비 14.9% 오르며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개인서비스 요금이 전년 동월보다 3.0% 올라 물가상승을 부채질했다. 외식비 중에는 삼겹살(12.8%) 돼지갈비(11.9%) 자장면(8.1%) 등이 많이 올랐다. 전세대란으로 집세 상승률도 3.2%로 2003년 7월(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 석유류 등 일시적 공급 충격에 따라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3.3% 올라 두 달 연속 3%대다. 공급 측 충격뿐 아니라 경기회복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안정대책 회의에서 “4월 이후 농산물 공급이 정상화되고 구제역이 진정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장’보다 ‘물가’에 방점을 두기로 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내린 1091.1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문제는 중동 정세 불안과 일본 대지진 복구 수요에 따른 국제 곡물·원자재 가격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억눌러놨던 가공식품·개인서비스 요금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설탕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자 식음료 업체들이 최근 펩시콜라 사이다 등 음료 가격을 5~10% 올리기로 했다. 동아원은 5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농산물과 유가 상승 영향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이미 공산품, 서비스 물가, 임금 등으로 확산돼 3분기 정도까지는 인플레 영향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4% 안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서대일 선임연구원도 “당분간 인플레가 꺾인다고 보긴 힘들다. 하반기는 돼야 3%대 중반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명희 조민영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