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MB 회견] 與 영남의원들 ‘싸늘’-친박계 ‘안도’-야권 ‘비난’
입력 2011-04-01 21:13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상처받은 지역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은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특별 기자회견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대구 지역 의원 5명은 모임을 갖고 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 명의로 성명서를 냈다. 유 위원장은 “대통령의 회견을 듣고 지방에 사는 국민들은 이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며 “동남권 신공항을 영남의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국가재정에 부담만 주는 또 하나의 실패한 공항 정도로 인식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시당 차원의 밀양신공항추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 지역 한 의원은 “지역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대통령의 회견이) 기름을 부어버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부산의 서병수 최고위원도 “공약을 폐기한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남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 담당자들은 문책하고 청와대 보좌 기능을 반드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문제 삼을 태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대통령 회견에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과 관련, “입장을 이해한다”며 피해가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도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 발언이 결코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걸 대통령도 이해한 것 같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일제히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신공항 공약을 자신의 선거에 한 번, 지방선거에서 또 한번 활용한 뒤 내던져 버렸다”면서 “단물을 빼먹고 버리는 것이 국가의 지도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도 “진정성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만우절 기자회견’이었다”고 꼬집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