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MB 회견] “대통령의 책임감 때문에 경제성 없는 공약 번복”
입력 2011-04-01 18:27
공약 백지화 배경은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유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들었다. 신공항 건설이 공약이었으나, 대통령이기 때문에 경제성 없는 공약은 번복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 백지화에 “송구스럽다”고 표현했다. 사실상 취임 이후 5번째 대국민 사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고, 2008년 5월 쇠고기 파동 때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뒤에서 욕먹지 않는다”며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 편하자고 국민이 불편하고 국민이 부담을 지고, 다음 세대에까지 부담을 주는 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책임’과 ‘부담’이라는 단어를 각각 5번 사용했고, ‘타당성’이라는 단어는 4번 썼다. 경제적 타당성이 좋지 않았으며, 정부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책임 아래 결정했다는 논리를 반복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의 경제성 부족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조, 20조원을 투자해서 공항을 만들어놓을 수는 있지만, 상당기간 동안 적자가 불 보듯 뻔하고, 지역이나 정부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며 “저는 사업을 집행하려고 타당성을 조사하고 기술적으로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사업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용인 경전철이 1년에 840억원씩 적자가 난다는 사례를 들며 대형 국책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어떻게 보면 영남 출신 대통령”이라며 “영남 지역의 지역발전을 위해 조금 더 냉철하게 생각해주는 게 좋겠다”고 영남권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책임론과 관련해 “이 문제는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저에게 책임이 있지 내각이나 청와대에는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여권 일각의 대통령 탈당론에 대해서는 “아마 화가 나신 분들이 하는 말 아니겠는가”라며 “안정된 마음으로, 될 수 있으면 막말을 피하면서 힘을 합쳐 지역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특별 기자회견은 사전 원고나 청와대 기자단과의 조율 없이 37분간 진행됐다. 대통령 기자회견의 경우 통상적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회를 봤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사회자 없이 직접 질문 기자를 지명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남북문제를 언급한 톤이 너무 강했지 않았느냐는 평가도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