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벨트 입지 선정, 학계 판단 따라야

입력 2011-04-01 17:54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후 대형 국책사업인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과제로 남게 됐다. 이 대통령은 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 “이는 국가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국가가 유일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과학기술의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앞서 동남권 신공항처럼 정치적 논리나 지역 이기주의로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결정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 이해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과학벨트 분산 배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면서 ‘여론 무마용’으로 과학벨트 일부를 영남권에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남 지역 출신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대구·경북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은 이 지역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벨트니까 여러 곳에 걸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충청권 유치가 당론인 민주당에서도 호남 출신 의원들은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호남권에 두자고 나서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은 2012년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에서 유권자 표심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가 미래가 달린 이 중대한 사업을 또다시 신공항처럼 지역주의와 유권자 표에만 몰입된 정치인들이 나서서 하이에나처럼 찢어발기려 든다면 과학벨트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과학기술 선진화라는 대통령의 구상은 도로에 그칠 것이다.

과학계는 한 목소리로 연구 중심체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한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으며, 본래 설치 목적대로 기초과학 연구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조만간 총리실이 나서서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당부하건대 정치인이나 단체장,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 정통한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의 결단을 내렸던 것처럼 과학벨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과 다음 세대를 위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