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친절한 일본인 유코의 추억

입력 2011-04-01 17:51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보면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덧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서관학을 전공한 나는 1991년 일본 방문 때 오사카 긴키 대학 도서관을 찾았다. 캠퍼스에서 국문과 2학년생의 안내를 받았다. 귀여운 덧니 아가씨 유코는 임신 중인 배불뚝이 새댁을 위해 사립대 캠퍼스, 박물관, 미술관, 교토 주변의 작은 정원과 공원 등을 안내했다. ‘용감한 아들을 낳기 바란다’는 나에게 유코는 귀여운 아기가 그려진 파스텔화 한 장을 선물했다. 나는 소망대로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올해 일본어를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이 됐다.

20년 전 추억에 자리하고 있는 친절한 유코는 일본 문화는 좋아하지만 일본인은 좋아하지 않던 나로 하여금 선입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하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지진 쓰나미에 원전 폭발까지 이중, 삼중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나는 유코를 떠올린다. 성년식 때 일본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웃고 있는 유코의 사진. 나는 엄청난 재난 속에서도 유코가 아무 일 없이 그렇게 웃고 있기를 바란다.

신경애(성남시청소년육성재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