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울어도 괜찮아요”

입력 2011-04-01 17:52

눈물은 언제 어떻게 흘리느냐에 따라 화학적 성분이 다르다고 한다. 미국 과학자 빌 프레이는 눈물을 ‘지속적인 눈물’ ‘자극에 의한 눈물’ ‘감정적인 눈물’로 나누었다.

그가 말하는 ‘지속적인 눈물’이란 눈동자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것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접근을 막는 항생 물질을 갖고 있다. ‘자극에 의한 눈물’은 양파가 내뿜는 황산 등이 속눈썹이나 눈동자와 접촉하게 되면 흐르는 눈물로, 자극적 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낸다. 또 인간만이 갖고 있는 ‘감정적인 눈물’은 고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누선을 통해 스트레스로 생긴 화학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분노나 슬픔, 마음의 상처 등은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호르몬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때 눈물을 펑펑 흘리면 이 호르몬이 눈물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몸에 누적돼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래서 목 놓아 우는 것은 컴퓨터를 리셋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감정적인 눈물’이 심리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상실수업’에서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충분히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쏟아내야 할 눈물이 충분히 빠져나오기 전에 울음을 억지로 멈추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난을 당해도 남의 시선 때문에, 또는 오랜 습성 때문에 울지 못하는 이웃이 있다. 사상 초유의 재난으로 가족을 잃어도 남에게 폐가 될까봐 소리 내 울지 않는 일본인에게 “울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슬플 때 슬퍼할 수 있고, 화날 때 화낼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마음이다.

예수님도 눈물을 참지 않으셨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 11:35).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를 살리실 마음이셨지만 마리아와 조객들이 우는 것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

다른 사람의 일로 우는 것도 자신에게 유익하다.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한동안 영국의 심리상담소 내담자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상담가들은 “내담자들이 평소보다 많이 울어 카테콜아민을 배출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