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 기다리는 게 정부 물가대책인가
입력 2011-04-01 17:52
정부의 인위적 가격억제에도 불구하고 물가 폭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7% 상승했다. 1월(4.1%), 2월(4.5%)에 이어 3개월 연속 4%대다. 선제적 대응보다 뒷북치기에 바쁜 정부 대책의 한계로 보인다. 4월에도 청량음료와 밀가루 가격이 줄줄이 오른다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겠다.
3월에는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서비스물가가 강세를 보인 게 불안하다. 인플레 심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외식·숙박·보육·미용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물가는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 체감도가 높다.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도 않는다. 소득 하위 20%의 저소득층 엥겔계수(지출 가운데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가 지난해 20.5%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로 서민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 오른 것도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도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정부 내에서 말만 많았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시적으로 단행해 기름값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아울러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와 통신요금 TF의 결과물을 하루빨리 내놓아 물가 오름세를 다소나마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던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했다는 관측이다. 진작 그랬어야 한다. 수입 물가 부담을 낮추고 인플레 심리를 잡으려면 현재로선 그 길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수출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 하지만 수출기업들이 고환율 덕을 많이 봤다는 점에서 이제 저환율을 견뎌야 한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물가 해결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