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앤서니 홉킨스’ ‘로버트 드니로’ ‘주디 덴치’ 2011년 봄 영화관에 가면 본다

입력 2011-04-01 18:09


올 봄 개봉하는 외화들의 눈에 띄는 특징은 백전노장들의 활약이다. 20∼30대 스타들의 활약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중견·노년 배우들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법. 60대∼70대에 접어들고서도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앤서니 홉킨스, 로버트 드니로, 주디 덴치를 전면에 내세운 세 영화가 속속 개봉해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 라이트:악마는 있다’, ‘토르’의 앤서니 홉킨스=얼마 전 ‘환상의 그대’로 녹슬지 않은 저력을 과시한 앤서니 홉킨스는 21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더 라이트:악마는 있다’에서 노련한 가톨릭 사제 역할을 맡았다.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박감과 홉킨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어우러진 명품이라는 평.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토르:천둥의 신’에서도 홉킨스를 볼 수 있다. 7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맹활약이다.

◇‘미트 페어런츠 3:사위의 역습’의 로버트 드니로=미국식 가족 코미디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다. 계속 대결했던 장인과 사위는 간신히 화해한다. 그러나 잭(로버트 드니로)이 사위 그레그(벤 스틸러)와 제약회사 사원 사이의 관계를 오해하며 간만에 순풍이 불었던 둘의 관계가 다시 나빠진다. 두 번째 시리즈 후 6년 만에 개봉하는 세 번째 영화에서도 퍼커가(家)의 발음(미국에서 실재하는 성이지만 대개는 욕설로 쓰이는)으로 인해 빚어지는 웃음을 기본으로 하는 설정은 변하지 않았다.

드니로는 가볍고 맥없는 코미디에 그칠 수 있었던 이 시리즈의 무게를 잡아주며 장수 영화로 이끈 최대 공로자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가족 코미디라는 점에서 같은 시기(31일) 개봉한 한국 영화 ‘위험한 상견례’와 비교되고 있다. 드니로가 열연한 ‘대부’, ‘스타더스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겐 믿기지 않게도, 그의 나이는 어느덧 68세다.

◇‘제인 에어’의 주디 덴치=78세의 주디 덴치는 영국 영화 ‘제인 에어’에서 페어팩스 부인 역을 맡았다. 주연이 아님에도 제인 에어를 대하는 페어팩스 부인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고, 미국 개봉 당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제인 에어’는 샬롯 브론테의 널리 알려진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2006년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오만과 편견’이 개봉 당시 20대 관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이다. 주인공 제인 에어는 미아 와시코우스카가 맡았다.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와 함께 박찬욱 감독 신작 ‘스토커’에 캐스팅된 배우다.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이들 노배우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을 안심케 하는 요인이 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균형 감각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 것도 이들 노배우들의 몫이다.

원로 배우들이 활약하는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순재(75) 송재호(72) 윤소정(66) 김수미(59) 등이 주연을 맡은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개봉 한 달 보름간 ‘롱런’하며 11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김수미는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활약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