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 ‘거짓말 탐지 검사관’ 김희송씨… 11년간 ‘거짓말’ 의심 6000여명과 심리게임

입력 2011-03-31 19:33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심리과 김희송(41) 연구원은 지난 11년 동안 범죄행위 과정에서 거짓말한 것으로 의심되는 6000여명과 심리게임을 벌인 베테랑 거짓말 탐지검사관이다. 만우절을 하루 앞둔 31일 국과수 심리연구실에서 만난 김 연구원은 “거짓말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것”이라며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연구원은 거짓말 조사를 하기 전 조사자와 2시간 이상 사전면담을 갖는다. 김 연구원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거짓말을 하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 중 거짓말 탐지조사를 받는 과정에 진실을 털어놓는 사람도 30%나 된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말을 더듬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데 진실하기 때문에 억울해 흥분하는 사람도 많다”며 “말하는 사람의 태도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거짓말 탐지조사를 통해 범인을 잡는 것보다 억울한 사람을 밝혀낼 때 더욱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경기도에서 술집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남성을 조사했는데 정황상 범인이 확실했지만 거짓말 조사결과 무죄로 밝혀졌고 진짜 범인이 한 달 뒤 잡혔다”며 “‘정말 억울하다’는 말을 거짓말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결국 사실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연구원은 “고등학생 때까지 아이들이 즐거워할 놀이기구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국과수 거짓말 탐지검사관으로 채용됐다. 그는 “왜 이렇게 의심이 많으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상처를 받아 본 사람은 항상 솔직하기가 힘들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좋은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 같은 기계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것보다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계란 거짓말하지 않지만 오류의 가능성은 늘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말 탐지검사가 곧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냐”고 묻자 “만우절이라 거짓말 한 번 해봤다”며 웃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