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취업설계사 1호’ 노은지씨 “7개월동안 18명에 일자리 알선”

입력 2011-03-31 22:11


“탈북 후배들 취업을 도울 수 있어 기쁘고 보람 있습니다.”

‘탈북여성 취업설계사 1호’ 노은지(36·사진)씨는 지난해 9월부터 경기새일지원본부에서 북한 이탈 여성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70명을 상담해 18명에게 일자리를 구해줬다.

1998년 탈북해 중국에서 8년이나 떠돌다 2006년에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노씨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무시하는 것 같아 힘들었고, 그런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 혼자 울었다”면서 “당시 경험을 바탕삼아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을 얘기하지만 남북한 여성은 크게 차이 납니다. 탈북여성들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쓰는 것조차 버거워요.”

그는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월급은 적게 주려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를 향해서도 일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자본주의 논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7개월 남짓 일한 노씨는 연평도 포격 사건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구직자를 소개하기 위해 전화하자마자 사장님이 대뜸 ‘받아줬더니 포 쏘는 법이 어디 있냐. 북한사람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소리쳐서 당황했어요. 탈북자는 북한이 싫어 떠나온 것인데 우리를 그곳과 동일시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는 앞으로도 북한 이탈 주민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 나서고, 주변 회사들을 방문해 북한 이탈 주민의 장점과 취업성공 사례 등을 알릴 생각이다.

2년 먼저 입국한 탈북자 남편과 아홉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는 틈틈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