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高大 청소근로자 전면파업 쓰레기 몸살… 부끄러운 사학

입력 2011-03-31 19:06


청소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교정은 31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시급 860원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에 대학 측은 “청소 용역업체가 해결할 일”이라며 책임을 피했다. 1년에 1000만원이 훨씬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쓰레기가 수북한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교 측의 무책임함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달 14일 부분 파업에 돌입했던 연세대와 고려대 청소 근로자들은 지난 29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부분 파업 당시 조를 나눠 교정을 청소하던 손길마저 완전히 끊긴 것이다.

이들 학교 캠퍼스는 명문 사학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연세대 상경대학 본관 지하 1층 쓰레기통에는 음료수캔, 생수병, 휴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쓰레기통 주변에는 종이컵, 우유팩 등이 뒹굴었다.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도서관 로비에는 과자봉투와 음료수캔들이 버려져 있었다.

응용통계학과 2학년 박모(20·여)씨는 “매일 아침 청소 아주머니들이 물걸레로 칠판을 닦아서 분필 글씨가 잘 보였는데 요즘은 칠판에 먼지가 쌓여 글씨를 알아보기도 힘들다”면서 “교수들도 ‘안 보이면 물어보라’고 말하거나 아예 판서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도 청소 근로자의 빈자리가 컸다. 중앙도서관 3층 여자 화장실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악취가 심했다. 경영대 1층 쓰레기통도 쓰레기가 넘쳤다.

언론학부 3학년 김모(26)씨는 “아주머니들이 파업을 시작한 뒤 화장실이 난장판으로 변했다”며 “오후 6시쯤이면 휴지가 다 떨어지는데 아무도 갖다놓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캠퍼스는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졌지만 청소 근로자들과 학교 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저 임금인 시급 4320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던 청소 근로자들은 지난해 10월 임금노동자 평균 시급의 반인 시급 5180원을 요구하며 교섭을 시도했다. 시간당 860원 인상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청소 용역업체는 “최저임금 4320원을 유지하겠다”며 임금·단체협상 체결을 위한 추가 교섭을 벌이지 않은 채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연세대 청소 근로자 김모(52·여)씨는 “그저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받기 원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려대 청소 근로자 이모(55·여)씨는 “정당한 파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들 딸 같은 학생에게 미안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은 용역 도급계약서를 통해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면서도 책임을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청소 근로자와 용역업체 관리를 맡고 있는 연세대 총무처 관리과와 고려대 총무부는 30∼31일 기자와의 수차례 통화에서 “우리는 할 말이 없으니 용역업체 측과 이야기하라”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