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친일파 재산 환수는 정당”

입력 2011-03-31 19:03

치욕적인 한일합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10년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고 매국 공채 5만원을 사들였던 민영휘. 일제 강점기 조선 최고 갑부로 꼽히던 그는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분류됐다. 민영휘가 식민통치에 협조한 대가로 받은 토지는 19명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민영휘 후손이 상속받은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일대 토지를 비롯해 친일파 168명의 토지 2359필지(1113만9645㎡)에 대해 2005년 12월 시행된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모두 국고귀속 결정을 내렸다.

민영휘의 후손을 비롯해 친일파 후손 64명은 친일재산귀속법 2, 3조 등이 소급 입법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31일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을 규정하고 있는 친일재산귀속법 3조에 대해 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러일전쟁 개시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 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재산으로 추정하는 2조에 대해서도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국가귀속 조항은 소급입법이지만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에 담긴 민족 배반적 성격,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에 비춰 친일반민족 행위자 측으로서는 친일재산의 소급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강국 조대현 재판관은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단죄하고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3조는 헌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소급입법에 해당된다”며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