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교과서 파문] 동북아역사재단 토론회, “日, 독도 기술 더 노골화… 러·일 영토분쟁 수준될 수도”
입력 2011-04-01 00:01
정부출연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31일 주최한 ‘2011년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무엇이 문제인가’란 토론회에서 역사학자들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한 일본 교과서의 검정 통과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참가자들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일본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면서 일본 교과서의 영토 관련 서술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독도 기술, 러·일 남쿠릴 열도 분쟁 수준으로 악화될 우려”=‘일본 교과서 독도 기술의 현황과 문제점-일본 독도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한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이하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사회과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이 남쿠릴 열도 분쟁 기술 수준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개정된 일본의 중학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는 일본이 러시아·중국 등과 겪고 있는 영토 갈등과 함께 독도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취급, 북방영토(남쿠릴 열도)와 동일하게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서술한 것. 이번 중학교 교과서 개정에서 모든 출판사 교과서의 독도 관련 서술이 대폭 강화된 것은 이 지침에 따른 조치다. 해설서는 ‘북방영토’에 대해서 “그 위치와 범위를 확인시킴과 동시에 북방영토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연방에 의해 점거되고 있기 때문에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 등에 대해 적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남 위원은 독도 서술 및 역사왜곡 교과서 출판이 일부 우익 출판사에 국한되던 것에서 점차 보편적인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독도에 관한 10가지 주장’에 게재된 역사적 근거를 그대로 교과서에 수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독도에 관해 ‘(한국의) 불법점거’라는 표현을 한 교과서가 2005년엔 1종이었으나 이번에는 4종으로 늘었다.
◇“통감부가 근대화 추진”…독도 외 서술도 왜곡 심각=세간의 관심이 독도에 쏠리고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교과서의 역사왜곡이다. 학자들은 독도뿐 아니라 고대사 및 근·현대사 서술에서도 한국에 관해 왜곡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석 재단 연구위원이 ‘일본 교과서 왜곡과 2011년 검정의 의미’라는 주제발표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검정을 통과한 7종 교과서 상당수가 고조선 멸망 후 설치된 한사군의 영역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의 한반도 영토를 과도하게 표기하고 고구려의 영토는 축소했다. 심지어 한사군 영역에 충청도까지 포함된다는 식으로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교과서들이 고대 한국의 국가 형성을 한사군 설치 이후로 상정해 고조선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다. 이 위원은 또 일본 교과서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고대 문물을 전한 도래인(渡來人)들에게는 ‘귀화인’이란 용어를 사용, 천황중심사관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가야 지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론을 서술한 교과서도 있다. 임진왜란은 침략이 아니라 ‘파병’, ‘명 출병의 안내를 거절한 조선에 15만명의 대군을 보냈다’ 등으로 설명됐다. 강제병합의 배경이 일본의 침략 야욕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인 것으로 기술된 교과서들도 검정을 통과했다. 한국 침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통감부는 조선 근대화에 기여한 기관으로 서술됐다.
◇“역사 왜곡 되풀이될 것”…대응 방식에는 이견=학자들은 독도와 역사 기술 등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왜곡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될 것을 우려했다. 이 위원은 “올해는 중학교 교과서 개정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초등학교 교과서 개정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며 “개정이 있는 해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주백 연세대 교수는 “일본의 영토교육 강화는 내셔널리즘 강화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흐름으로 간다면 한·일 간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한목소리로 성토했지만 우리의 대응 방안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10가지 주장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논리로 반박하고 그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웹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피터 벡 일본 게이오대 방문 연구원은 “일본의 일반 국민은 독도 문제에 한국처럼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조용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교과서의 독도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려대 서태열 교수는 “우리나라 교과서의 기술은 일본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하다”면서 “초·중·고교 수준에서 독도를 각각 어떻게 다룰지, 역사·지리 등의 각 교과서가 어떤 부분을 서술할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