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버그 美국무부 부장관 후임에 중동 전문가 빌 번즈 내정

입력 2011-03-31 21:31

미국의 대북 정책을 총괄해 온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사임하고, 후임에 빌 번즈 국무부 차관이 승진 기용될 것이라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번즈 차관을 차기 부장관에 지명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을 전했다. 부장관 임명은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원은 중동 전문가로 직업 외교관인 번즈 차관의 승진 기용을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아시아통인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국무부 내 2인자 자리에서 떠나고, 후임에 중동 전문가인 번즈 차관이 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후반기 외교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중동 정책이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따른 정정 불안으로 ‘중동지역에서의 국가 이익 확보’는 미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 중동 전문가의 부장관 기용은 이런 외교 상황과 맞물려 있다.

한반도 정책에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부장관 교체가 대북 정책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이 대북 정책을 총괄하기는 했지만, 그의 밑에서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정책의 실무를 총책임진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캠벨 차관보의 대북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사실상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캠벨 차관보는 그동안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대북 정책 조율을 도맡았다. 번즈 차관은 중동을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총괄하고, 캠벨 차관보는 북한 문제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을 사실상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등을 처리하면서 한·미 정부 간 긴밀한 공조는 물론 북한을 편드는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의 국무부 ‘이너 서클’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정책결정 과정에서 다소 소외돼 왔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학계 출신인 그는 사임한 뒤 시라큐스대학의 맥스웰스쿨 학장을 맡을 예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번즈 차관은 러시아 대사와 요르단 대사를 지낸 직업 외교관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