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박근혜 발언이후… 경제성 먼저? 신뢰 우선? 신공항 다시 혼돈

입력 2011-03-31 22:06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1일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함에 따라 전날 정부에 의해 백지화됐던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현 정부에서는 백지화됐지만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 문제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2년간 유예됐을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남권 신공항 평가단 발표에서 낙제점을 받을 정도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동남권 신공항을 ‘신뢰’를 이유로 재추진하는 데 따른 국론분열과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 경제성과 정치적 약속이란 가치가 충돌하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그때그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미 수도권을 비롯한 비영남권에서는 경제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경제성이 없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동남권 신공항 공사비는 올해 기준으로 약 9조5000억원이지만 2017년 이후에는 13조∼14조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이면 무안공항이나 양양공항을 30∼40개 지을 수 있다. 또 밀양의 경우 24t급 덤프트럭 1240만대 분량인 27개 산을 깎아내야 하고, 가덕도 역시 같은 크기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의 흙으로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메워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 것도 아니고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것도 아니다”며 “현재로선 백지화한 정부 입장을 바꿀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한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안·양양공항의 현재 수요는 건설 당시 예측 수요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문제도 그렇지만 당장 정부가 백지화 대안으로 내세운 김해·대구공항 국제선 활성화 방안도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2년 뒤 신공항을 재추진할 경우 김해·대구공항 국제선을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항공사들도 순순히 협조할지는 의문이다. 항공사들로서는 김해·대구공항의 국제선 수요가 많지 않아 내키지 않는 눈치다. 현재 김해공항은 국내 항공사 4개 등 21개 항공사가 26개 국제선 노선을, 대구공항은 4개 외국 항공사가 4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이 김해발 국제선 노선을 늘리고 있을 뿐 다른 항공사들은 시큰둥하다. 적자 노선인 대구공항은 아예 관심 밖이다.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대 이승창 경영학과 교수는 “수요가 있다면 항공사들이 먼저 장관을 찾아가서 노선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며 “장관 한마디에 노선을 증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