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李-朴, 깊어진 ‘불신의 골’

입력 2011-03-31 18:26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는 현 정권 출범 이후 주요 정치 현안에 따라 요동쳐 왔다.

2008년 초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공천을 놓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당선자 신분이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1월 23일 회동을 통해 당 중심의 공정 공천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친이계가 공천을 주도했고, 급기야 박 전 대표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반발할 정도로 관계는 악화됐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같은 해 5월 10일 다시 만나 총선에서 무소속이나 친박연대로 출마해 당선된 친박계 인사들 복당 문제를 논의했다. 박 전 대표는 이른 시일 내 복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7월까지 논란이 지속됐고,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는 2009년 세종시 수정 파문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은 2009년 9월 16일 단독회동을 갖고 세종시 관련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독자 추진했고, 박 전 대표는 원안을 지지하면서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대립도 격화됐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 직접 나섰고, 이 대통령과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 단독 회동을 계기로 변화가 감지됐다. 회동에서 이른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차기 대선주자로 박 전 대표를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후 7개월여 이어온 화해모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강하게 비판한 박 전 대표의 31일 발언으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다시 회동을 갖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집권 후반기를 맞은 이 대통령과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앞둔 박 전 대표가 ‘마이 웨이’를 갈지 주목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