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박근혜, MB에 반기… 대권 행보 본격화
입력 2011-03-31 19:38
“신공항 계속 추진해야… 국민과 약속 어겨 유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1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작심한 듯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비판함에 따라, 지난해 8월 이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일을 자제해 왔던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차기 대선공약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함으로써 이번 일을 계기로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일부가 국내 작은 공항들의 수요 감소를 얘기하는데 국제공항은 다르다”면서 “국제 교류나 물류량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필요하며, 인천공항으로는 물동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 전체가 거듭나야 한다”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예측이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의 생각을 말한 것이며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여러 수요를 봤을 때 인천공항 외에 신공항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이는 정책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로 얘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권 주류는 즉각 대응을 삼가며, 확전 차단에 주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위해 발언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영남권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탈당과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정권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접한 후 “이럴 때일수록 지도층은 말을 아껴야 하고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불 지르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한장희 기자, 대구=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