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무릎 수술 보험금 67억 편취… 브로커 일당이 信不者 등 보험 가입시켜 수술후 한몫 챙겨

입력 2011-03-31 17:47


전남 순천지역에서 의사와 보험설계사, 신용불량자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보험사기단이 수년간 활개를 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교통사고 보험회사들이 가입자가 늘수록 손해를 본다며 순천을 ‘전국 제1의 기피대상’으로 꼽아온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사채 채무자 등을 보험 가입자로 모집해 고의 수술을 받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낸 브로커와 보험설계사, 의사, 보험가입자 등 총 13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중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무릎이 정상인데도 관절경 수술을 한 혐의(사기 등)로 정모(42)씨 등 보험가입자 21명과 이를 사주한 노모(50·여)씨 등 브로커 2명, 임모(37)씨 등 보험설계사 2명을 포함한 25명을 구속했다. 또 순천 모 종합병원 원장 송모(57)씨에 대해 사기 및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허위로 보험금을 받은 이들 가운데 금액이 많은 15명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단일 보험사기 사건으로는 국내 최대의 구속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2006년부터 5년간 필요없는 관절수술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은 총 67억원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노씨 등은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돈이 궁한 이들을 보험에 가입시키는 수법으로 보험사기단을 꾸려 왔다.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 사용하는 사탕 등을 팔던 노씨는 6년 전 남편이 다리를 다쳐 경기도 김포 모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무릎 관절경 수술을 하게 되면 적잖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씨는 이어 대부분 병원들이 환자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 물혹 등을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해준다는 점에 착안, 병원에서 알게 된 브로커 왕모(40)씨와 함께 신용불량자 등 명의를 빌려줄 보험가입자 모집에 들어갔다.

돈이 급히 필요한 신용불량자와 도박판 등에서 빚을 진 채무자 등은 보험료까지 대신 내준다는 노씨의 제안에 솔깃하게 귀를 귀울였고 기꺼이 한패가 됐다.

보험사기에 일단 발을 담근 정씨 등은 입·퇴원을 반복하는 것도 모자라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어깨와 발 등 다른 관절수술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정씨는 무려 13개의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해 세번이나 수술을 하고 총 2억1900만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장 송씨는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많은 요양 급여를 타내기 위해 허위진단서를 통해 무턱대고 무릎관절경 수술을 해왔고 보통 30일 이상 장기간 입원을 시켜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