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보고 미래를 연다’ 펴낸 신광순 식품안전협회 명예회장
입력 2011-03-31 17:32
신광순(78) 박사는 우리나라 식품위생 정책 분야의 산증인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1956년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딴 그는 67년 국립의료원 영양과장을 시작으로 보건사회부 식품위생과장, 국립보건원 위생부 식품기준연구담당관 등을 맡으며 정부 부처에서 식품위생 정책을 담당했다. 이후 서울보건대 교수를 거쳐 98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한국식품안전협회장에서부터 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기술자문관, 한국HACCP연구회장,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장, 한국수의공중보건학회장, ㈔대한보건협회 부회장 등에 이르기까지 신 박사의 ‘화려한’ 직함은 이 분야에서 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 준다. 최근 ‘과거를 보고 미래를 연다’(지상사)라는 책을 펴낸 그를 지난 30일 만났다. 신 박사는 식품위생 관련 역사를 정리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식품위생은 그 나라의 국력이나 성숙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과학적 근거없이 지나치게 흥분했던) ‘광우병 사태’에서도 보듯 우리나라의 식품위생에 대한 인식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잘 살피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식품위생의 역사를 기록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판단했죠.”
신 박사는 책에서 정부 수립 이후 식품행정 및 제도의 변천과정을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드라마틱하게 기록했다. 얼마나 치밀하게 썼는지 책 말미에 식품위생과 관련한 인명색인을 부록으로 실었을 정도다. 특히 60∼70년대 적지 않은 인명을 앗아간 식중독 사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각종 식품위해 사건의 전말을 가감 없이 적는 한편 미국 코카콜라의 한국 시장 상륙이나 최초의 선진국형 빙과류인 ‘부라보콘’, 최초 유산균 음료 ‘한국 요구르트’, 최초 스낵제품 ‘농심 새우깡’ 등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풍부하게 담았다.
“정부 부처와 학계에 50여년간 머물면서 사소한 것들을 메모해뒀는데 그게 책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게 없었으면 아마 책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신 박사는 필요한 경우 반세기가 더 지난 신문기사 등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콜레라로 모든 빙과류가 판매금지됐지만 부라보콘만 예외였던 사례를 쓰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65년 5월 16일 방미했다는 신문기사를 찾아내 그 이면에 담긴 해태제과와 박 전 대통령 간의 비화를 공개하는 식이다.
그는 “선진국이 되려면 과거를 잘 보존하고 간직해야 하는데 식품위생 분야만큼은 기초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구제역 사태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식품위생 관련 기록을 남기는 데 힘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