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정치 쟁점화 더 이상 안된다

입력 2011-03-31 17:44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1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며 미래수요에 대비해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주요 사안에 대해 소신을 밝힐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이번 언급에 몇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첫째, 그가 언급한 ‘국민과의 약속 파기’ 부분이다. 신뢰사회에서 범부 약속도 지켜져야 할진대 하물며 대통령 선거공약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치·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대선 ‘공약’이 ‘국익’과 충돌할 때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잘못된 약속이라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파기하는 것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다. 지키는 것도 소중하지만 잘못된 약속을 파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둘째, 미래수요로 볼 때 추진하는 것이 옳다는 박 전 대표의 확신도 그 근거가 미흡하며 신공항 입지 또한 그렇다. 입지평가결과를 보면 가덕도나 밀양 두 지역 모두 시간이 흐른다고 낮은 점수를 받은 평가 항목들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계속 추진 발언은 내년 대선에서 영남지역 표를 겨냥한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의 발언은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폐해가 계속될 우려를 남겼다.

셋째,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나오기 전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어야 했다. 늘 박 전 대표는 주요 사안마다 정부 발표 후 이를 받아치는 형태를 보였다. 이번에도 영남 지역민을 의식한 다분히 계산된 정치적 행위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백지화 결정이 내려진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더 이상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국가발전과 국익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표와 영남지역 정치인, 자치단체장들은 이쯤에서 한 발짝 물러나 향후 국가 100년 미래를 위해 차분히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책사업들은 국익 차원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한 가운데 입안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