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담을 허물고 이웃과 함께

입력 2011-03-31 15:15


[미션라이프]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49) 목사는 ‘세상 속 행군론’을 역설하는 목회자다. 교회가 세상에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게 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옆에 있어 그냥 좋고 든든하게 여길 수 있는, 그런데 그 따뜻함의 비결 뒤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 속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추구하는 게 교회라고 했다. 교회 내 최초로 ‘아름다운 가게’를 유치한 것도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이 같은 교회론과 목회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1년 365일 중 단 하루만이라도 이 땅의 모든 교회가 담을 허물고 세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2001년부터 매년 5월 5일 온 가족 페스티벌 ‘꿈을 먹고 살지요’를 진행해왔다. “어린이 날 드림랜드에 온 가족이 놀러간 적이 있어요. 수많은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니 놀이기구를 제대로 타지 못했죠. 점심 식사할 장소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고 겨우 김밥 몇 개 먹은 뒤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왔어요. 부모라면 이 같은 경험이 다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온 가족이 편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꿈을 먹고 살지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꿈을 먹고 살지요’는 교회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페이스페인팅, 물풍선 터뜨리기, 고리 던지기, 인절미 만들기, 가훈 쓰기, 가족사진 찍기 등 온 가족이 30여개의 테마 부스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하루를 즐겁게 지내면 된다. 어떠한 조건도, 제한도 없다. 혼자 힘만으로는 이웃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개척교회도 사전에 신청하면 부스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관련 노하우는 부천 성만교회가 사전에 모두 전수해준다.

2001년과 2002년 부천 중동의 중앙공원에서 열린 ‘꿈을 먹고 살지요’에는 지역 주민 2000여명이 다녀갔다. 이후 노하우가 쌓이자 후원기업들도 생겨났고 자원봉사자들도 늘어갔다. 2008년에는 ‘꿈을 먹고 살지요’ 프로그램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부천 성만교회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부평 온세계교회(김용택 목사)는 상동 호수공원에서, 서울 원천교회(문강원 목사)는 항공대에서 진행해 연인원 3만명을 넘겼다. 이 목사는 많은 교회에서 ‘꿈을 먹고 살지요’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갖자 지난달 24일에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성장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관련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 목사는 오는 5월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부천시민과 함께 하는 제11회 ‘꿈을 먹고 살지요’에는 2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목사의 ‘진지한 신앙, 즐거운 생활’이라는 목회철학이 반영된 사역 가운데 하나가 ‘파자마 토크 1박2일’이다. 2년 전부터 시작된 파자마 토크는 교회 내 유치부를 비롯한 주일학교, 중고등부, 청년부 학생들과 소통의 장이다. 교회가 커지면서 담임목사와 미래 세대간 담이 점점 높아지게 되고, 길에서 마주쳐도 이름조차 모른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편안한 복장으로 함께 장을 본 뒤 음식을 만들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게임과 대화를 하죠. 유치부 주일학교 중고등부 청년부가 골고루 섞여 한 조를 이루기 때문에 그들끼리의 장벽도 무너지게 됩니다.” 이 목사는 “인간탑 쌓기, 방석 이어달리기 등의 게임을 하다보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고 했다.

교회가 저수지가 아닌 수로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일환으로 오는 12월부터 어려운 가정의 학생 20여명에게 겨울방학 필리핀 연수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면서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에 하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이 바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적기임을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