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개악 파문] 日, 분쟁지역 삼아 국제재판 치를 속셈
입력 2011-03-31 00:29
뭘 노리나
일본은 궁극적으로 독도를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30일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통과는 일본이 이 작업을 위해 짠 계획표의 한 단계로 보는 게 맞다. 일본 동북부를 덮친 강진 쓰나미 피해와는 별개 문제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삼아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게 일본의 속셈이다. 일본은 국제재판을 치를 경우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ICJ에 판사를 여럿 배출해 영향력이 크다.
교과서 왜곡도 국제 분쟁을 노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는 한국민의 여론을 이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은 치밀한 시간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향이었다. 2008년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고쳐 독도 영유권을 학생에게 가르치게 했다. 내년엔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이 예고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사회가 보수화·우경화된 것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배경이 됐다. 한국에 우호적인 민주당 정권도 영토 문제에서는 보수적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영토분쟁 밀리지 않겠다=최근 중국, 러시아와 영토분쟁에서 연거푸 자존심이 상한 일본이 독도 문제에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침범한 중국인 선장을 구속했다가 중국이 희귀금속 수출 중단 조치를 내리자 그를 풀어줬다.
지난해 11월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쿠나시르섬을 방문해 일본에 충격을 줬다. 러시아는 이곳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일본은 간 나오토 총리의 비난 외에 다른 구체적 조치를 하지 못했다.
◇대지진 피해와는 별개=30일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두고 ‘왜 하필 이때냐’는 의견이 많다. 성금 모금 등으로 양국 간 우호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왜 찬물을 끼얹느냐는 것이다. 이번 일은 문부과학성 관료가 ‘매뉴얼’에 따라 주도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일본 정치권이 원전 통제와 쓰나미 피해 복구에 관심을 쏟고 있어 외교적 배려를 할 여유가 없다고 봤다. 국민대 국제학부 이원덕 교수는 “일본 관료들은 현 상황에도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