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개악 파문] “한국이 독도 불법 점거” 교과서 1종→4종으로 늘어
입력 2011-03-30 22:01
量·내용 모두 개악
30일 발표된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개악(改惡)’됐다는 분석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이 노골화된 반면 종군 위안부에 대한 반성을 담은 내용은 새로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과의 분쟁 문제는 영토 문제화하지 않는 이중 잣대도 보였다.
◇‘독도는 일본 땅’ 주장 노골화=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모두 18종이다. 이 중 역사교과서 6종을 제외한 12종 모두에서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리와 공민 교과서 11종은 모두 본문 기술과 사진설명, 지도 등을 통해 독도 영유권이 일본에 있음을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점유율이 50%가량인 동경서적이 ‘극우’ 쪽으로 돌아서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이전까지 동경서적이 펴낸 역사 교과서에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케시마(시마네현)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표현됐다. 동경서적은 7종의 역사교과서 중 유일하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기술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도 1종에서 4종으로 크게 늘었다. 공민 교과서 가운데 61% 점유율을 갖고 있는 동경서적은 종전에는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했지만 이번에는 “다케시마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우리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점유율이 높은 동경서적이 펴내는 교과서에 불법 점거 등의 표현이 새로 들어가 일본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영토 관념이 주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댜오위다오는 영토문제에서 제외=일본은 독도뿐 아니라 러시아 및 중국과도 각각 쿠릴열도 4개 섬, 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유샤가 펴낸 공민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댜오위다오 문제를 교묘히 완화시킨 흔적이 나타났다. 지유샤는 신청본에서 “우리나라는 3개의 중대한 영토문제가 있다”고 기술했지만 검정 통과본은 “우리나라에는 2개의 영토문제가 있다. 나아가 센카쿠열도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돼 있다. 일본이 현재 점유하고 있는 댜오위다오는 영토 문제화하지 않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검정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 수위가 높아진 사례도 발견됐다. 교육출판사의 역사교과서 신청본은 “다케시마에 대해서는 한국과 영유권을 둘러싸고 주장의 차이가 있다”는 보편적 수준이었지만 검정 통과본은 “다케시마(시마네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시했다.
◇위안부 문제는 침묵=2001년 이후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사라진 ‘종군 위안부’ 반성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교과서 어느 부분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임나일본부설, 이씨조선 국호 사용 등 기존 문제점도 반복하고 있다. 일부 교과서에 일제시대 징용과 관련, “조선 사람들에게 고통을 강요했다”는 표현 등 개선된 표현이 새로 들어갔지만 위안부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는 평가다. 독도는 영토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과거사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간 나오토(管直人) 정권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