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감독회장·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에 잇따라 선임… 법무법인 로고스 ‘교계 중재자’로 떠올라

입력 2011-03-30 20:53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도 비목회자 출신 변호사가 맡으면서 한국교회의 대표적 기관 수장을 평신도가 맡게 됐다. 지난해 12월 12일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선임된 백현기(온마음교회 장로) 변호사와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 김용호 변호사는 공교롭게 같은 ‘법무법인 로고스’의 대표변호사들로, 로고스 대표 3명 중 2명이 한국교회 대표기관 책임자를 대신하게 됐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한국교회를 움직이는 형국이 된 것이다. 직무대행 위치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들의 책임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갈등 관계에 있는 양측을 중재해야 하고 원만히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 100여일을 보낸 백 변호사는 30일 전화 통화에서 “1주일에 두 번 감리교 본부로 출근해 교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변호사 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오전에 서울 태평로 본부로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고 결재업무 등을 처리한다. 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거나 행사에 참석해 격려사, 인사말 등도 전한다. 그는 “전·현직 감독 등과 만나는 일이 많다”며 “산하 기관장들도 만난다”고 말했다.

4월 1일은 감독회장 재선거 무효 본안소송 기일이다. 백 변호사는 “많은 감리교인들이 이번 판결로 감리교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직무대행도 이와 때를 같이해 끝내는 게 순리”라고 말해 직무대행 자리가 녹록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직무대행 시절 초반만 하더라도 감리교 내부 구성원들과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부 목회자는 노골적으로 타 교단 장로 출신 직무대행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해 마음고생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용호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회자 중심의 한기총 구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총회 대표회장 인준은 직무대행에게 주어진 ‘특별한 목적’이다. 김 변호사와 한기총 구성원 간에 하모니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

백 변호사는 한기총 사태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대표회장 인준 문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와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로고스 소속 변호사들이 연이어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유는 그동안 교회 갈등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원칙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고스에는 가급적 교회 간 소송은 다루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 때문에 법원에는 로고스 변호사를 중재 적임자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2000년 9월 설립된 로고스는 사랑과 공의 실천, 빛과 소금 역할, 국민과 인류에의 봉사 등을 기치로 내걸고 출발했다. 국내 변호사 91명, 외국 변호사 11명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리스천 중견 변호사가 많다. 14명 상임변호사 중에는 전용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를 비롯해 김승규 전 국정원장, 양인평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장 등 기독교계에서 활약하는 인물도 눈에 띈다. 로고스는 한기총, 한국위기관리재단, 미래목회포럼 등 기관의 법률 자문도 맡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