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신공항, 청사진부터 백지화까지… 4년여 끌고 “없었던 일로”
입력 2011-03-30 22:07
4년 넘게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청사진은 화려했지만 치열한 유치전에 지역 갈등의 골만 깊이 파인 채 백지화로 막을 내렸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부산·대구·울산 및 경남·북 등 5개 광역시·도는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리고 지역의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2007년 3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9개월에 걸쳐 신공항 건설여건 검토연구 용역을 맡았고,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들고 표심몰이에 나섰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신청한 후보지역은 5개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35곳에 달했다. 국토연구원은 2008년 3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신공항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를 추가로 실시했다. 그 결과,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등 2곳이 후보지로 압축됐다. 하지만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0.73(밀양)과 0.7(가덕도)에 그쳤다. 그 외에 예상 건설비용과 신공항 건설부지 면적, 신공항 이용객 수요 등은 비슷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7월부터 분야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신공항 입지평가위를 구성, 평가기준과 평가단 풀(Pool)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후보지들도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했다. 가덕도를 내세우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경남·북, 대구·울산 간 유치 공방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입지 평가기준을 발표했다. 경제성(40%)에 가장 많은 가중치를 둔 평가기준이 나오자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사업을 백지화하지 않고는 국정 운영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면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동남권 신공항의 화려한 청사진은 없었던 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