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밀양 39.9점·가덕도 38.3점… 커트라인 50점도 못넘어

입력 2011-03-30 22:07

동남권 신공항 평가단이 30일 발표한 후보지 평가 점수는 합격 커트라인에 턱없이 모자랐다. 당초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2차례에 걸쳐 입지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1차로 신공항 입지여건의 적합성에 대한 절대평가를 실시한 뒤, 두 곳 모두 적합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어느 후보지가 나은지 상대 비교하는 2단계 평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1단계인 절대평가에서 이미 40점에도 못 미쳤다. 절대평가에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널리 쓰이는 계층분석법(AHP)이 적용됐다. 계층분석법은 특정 사안에 대해 대안을 선택하거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널리 쓰이는 분석 기법으로 복수의 평가기준을 설정,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번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는 19개 세부 평가항목별로 현 시점에서의 사업 추진여건이 양호할수록 100점에 가깝게, 미흡할수록 0점에 가깝게 평가토록 했다. 박창호 입지평가위원장은 “50점이 넘으면 합격 점수로 볼 수 있는데, 두 곳 모두 이 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지평가위원회는 공항운영 및 경제성, 사회·환경 등 3개 평가분야와 그 밑으로 10개 평가항목, 19개 세부평가항목을 마련했다. 3개 평가 분야에서는 가중치가 가장 높은 경제성(40점)에서 부산 가덕도는 12.5점, 경남 밀양은 12.2점을 받았다. 한마디로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특히 경제성 세부항목 중 총 사업비의 경우 배정된 가중치(15.8점)에서 가덕도와 밀양은 각각 3.9점과 3.7점을 얻는 데 그쳤다. 국토부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두 후보지의 공사비는 올해 기준으로 약 9조5000억원이며, 실제 사업이 시작되는 2017년 이후에는 최소 13조∼14조원으로 늘어난다”면서 “무안공항이나 양양공항을 30∼40개나 지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시공 용이성 및 확장성 점수 역시 두 곳 모두 가중치(9.8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제 공사가 이뤄진다면 밀양의 경우 24t급 덤프트럭 1240만대 분량인 27개 산봉우리(1.74억㎥)를 깎아내야 한다. 가덕도 역시 산봉우리 1개(0.41억㎥)를 절토한 뒤 24t급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의 흙(1.22억㎥)으로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메워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국내 11개 공항에서 발생한 누적적자가 2231억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신공항 역시 예측수요 미달로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무안공항의 경우 1998년 기본설계 당시 2010년도의 예측 수요는 878만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10만명으로 예측 수요의 1.1%에 불과했다. 결국 투자 대비 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 미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합격점수를 받지 못한 것이다.

공항운영(30점)에서 가덕도와 밀양은 각각 13.2점과 14.5점을 받았다. 특히 공역 부문에서는 밀양이 8.5점을 받아 3.0점인 가덕도에 비해 크게 앞섰다. 공역은 비행 중인 항공기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을 말한다. 사회·환경(30점) 분야에서는 밀양(13.2점)이 가덕도(12.6점)보다 다소 높았다. 이용객 접근성은 밀양(5.1점)이 가덕도(3.0점)보다 높았지만 소음 부문에서는 주위가 바다인 가덕도(3.3점)가 밀양(1.7점)을 앞섰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