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치료제 인터넷 무차별 유통… 수입대행 홈피 요오드화칼륨 구입 문의 빗발

입력 2011-03-30 21:15


미국 서버로 차단 못해… 당국 뒤늦게 화들짝

방사능 오염 치료제로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지 않는 의약품 요오드화칼륨이 인터넷에서 대량 유통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요오드 제품 복용은 갑상선 질환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건당국은 30일 요오드 제품 대량 유통을 막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외국산 건강식품 수입업체 4곳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요오드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들 홈페이지는 포털 사이트에서 주소가 검색되지 않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방사능 공포 확산과 함께 방문자가 급증했다.

해당 업체들은 나우푸드(Now Foods), 소스내추럴(Source Naturals) 등 미국 건강식품 제조업체에서 만든 알약 형태의 요오드 제품을 종류별로 1만∼3만원에 팔고 있었다. 주문은 인터넷으로만 받았다. 소스내추럴의 요오드화칼륨 정제 32.5㎎ 120정에는 ‘피폭 시 상비용품’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업체들은 요오드 제품을 눈에 잘 띄도록 홈페이지 상품 목록 맨 위에 배치했고 인기 상품으로 소개했다. 요오드 제품 구입 희망자가 늘어난 분위기를 반영한 판매 전략인 셈이다.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은 요오드 제품 관련 문의로 가득했다. 실명으로 글을 올린 사람들은 “요오드 제품을 살 수 있느냐” “주문했는데 왜 아직 안 오느냐”고 묻거나 “입금했으니 확인해 달라” “제품 종류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O사는 문의 전화가 평소 10배 수준으로 직원들이 수십 배의 업무를 처리 중이라고 안내했다. 이 회사는 120만정이었던 요오드화칼륨 주문량을 최근 4배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비축량 130여만정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 당국 관리 없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상황이다.

O사 등은 2006년 수입 판매를 당국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적발됐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현지에 사무실과 서버(전산망)를 둔 미국 법인이어서 접속을 차단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요오드화칼륨은 생산 허가를 내주지 않아 국산이 없다”며 “시판이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외국에서 치료용으로 사오는 정도는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라면 지금 먹는 것은 무의미하고 의사 처방 없이 과다 복용하면 갑상선 호르몬 이상 등 부작용만 생긴다”며 “수입업체들이 요오드화칼륨을 대량 유통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는 만큼 유통을 막기 위해 법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진삼열 기자 kcw@kmib.co.kr